서버 앞에는 침입자를 막는 방범대까지 세워뒀는데, 정작 이사 간 집 현관문은 낡은 번호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할게요. 솔리티 웰콤 WP-530B에서 제가 제일 만족하는 건 지문도 푸시풀도 아니고, 번호를 아예 안 눌러도 된다는 점과 문이 닫히는 순간 이미 잠겨 있다는 점입니다.

이사하면서 셀프로 교체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이사 간 집에 붙어 있던 도어락이 낡아서 바꿨습니다.
무타공 제품이라 기존 구멍을 그대로 쓰면 될 줄 알았어요.
떼어내고 나서 알았습니다. 기존 도어락이 더 컸다는 걸.
새 도어락을 대보니 예전 구멍이 옆으로 삐져나와 그대로 보였어요. 결국 보강판을 따로 주문했고, 그게 오는 동안 문에 구멍이 뚫린 채로 며칠을 지냈습니다.
※ 무타공 : 문에 새 구멍을 뚫지 않고 기존 도어락 구멍을 재활용하는 방식. 기존 제품이 더 컸다면 구멍이 안 가려질 수 있습니다.
※ 보강판 : 도어락과 문 사이에 덧대는 금속판. 남는 구멍을 가리고 문을 보강합니다.
기존 도어락 타공 규격을 미리 대조해서 보강판 없이 깔끔하게 끝낸 사례도 있더라고요. 미리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셀프 교체를 생각한다면 떼어내기 전에 기존 도어락 크기부터 재보세요. 저는 그걸 안 하고 드라이버부터 들었습니다.
옆집 사람이 볼 비밀번호가 없습니다
번호키를 쓰던 시절에 은근히 신경 쓰이던 게 있었어요.
번호를 누르는 동안 뒤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나면, 괜히 손으로 가리고 누르게 되잖아요. 택배 기사님이든 옆집 분이든, 딱히 의심하는 건 아닌데 그냥 찜찜한 거예요.
지문으로 바꾸고 나서 그게 없어졌습니다. 손가락을 대는 걸 백 번 봐도 따라 할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이 제품에는 0초 즉시잠김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몇 초 뒤에 잠기는 게 아니라 문이 닫히자마자 잠기는 거예요. 설정에서 켜뒀습니다.
몇 초라는 틈이 실제로 어떤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건 켜두는 게 맞습니다.
제 서버에는 이상한 IP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붙여뒀으면서, 정작 집 현관은 몇 초씩 열어두고 살았던 셈이에요.
솔리티 WP-530B, 살 때 실제로 본 것만
푸시풀 방식이라 손잡이를 돌리지 않고 밀거나 당기면 열립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도 팔꿈치로 밀면 열려요. 참고로 솔리티는 푸시풀 도어락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회사예요.
번호, 카드키, 지문 세 가지를 지원하고 지문은 100개까지 등록됩니다. 둘이 사는 집에서 100개는 사실상 무제한이에요.
크기는 79×303×24mm, 건전지는 AA 규격.
솔리티 WP-530B 와이파이 모듈, 꼭 필요할까
도어락 자체는 인터넷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 폰으로 뭔가 하려면 모듈을 따로 달아야 해요.
방법은 두 갈래입니다. 블루투스 모듈에 스마트브릿지를 얹는 조합, 아니면 와이파이 모듈 하나로 끝내는 방법.
제 건 후자예요. 문 안쪽 몸체에 아예 Wi-Fi 마크가 찍혀 나옵니다.

브릿지 방식은 제어 딜레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써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 합니다. 기기를 하나 덜 굴리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 와이파이를 골랐어요.
모듈 없이 살 거라면 이 제품일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그 가격대에 지문 되는 도어락은 널려 있거든요.
전용 앱에서 되는 것
모듈을 달면 스마트 솔리티 앱이 붙습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배터리 잔량을 보고, 사용자를 초대해 권한을 나눠줄 수 있어요. 아내도 초대해서 같이 쓰는 중입니다.

사용이력 메뉴에는 몇 시에, 몇 번 지문으로, 안에서 열었는지 밖에서 열었는지가 전부 남습니다.

서버 로그 들여다보는 게 일상인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반가웠어요. 현관문에도 로그가 생긴 셈이니까요.
물론 제 퇴근 시각도 같이 남습니다.
사놓고 일주일 만에 배터리 부족이 떴습니다
건전지는 AA 여덟 개가 들어갑니다. 여섯 개만 넣어도 작동은 해요.
여덟 개를 꽉 채웠는데 일주일도 안 돼서 배터리 부족 경고가 떴습니다.
새 걸로 갈아도 똑같았어요. 처음엔 제가 뭘 잘못 끼웠나 싶었습니다.
A/S를 부르니 건전지가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 밑에 깔려 있던 와이파이 모듈이 불량이었습니다.

모듈이 계속 배터리를 빨아먹고 있었던 겁니다. 교체하고 나서는 멀쩡해졌어요.
폰이랑 연결해주는 그 부품이, 동시에 배터리를 제일 많이 먹는 부품이기도 한 셈이죠.
이 제품 쓰면서 배터리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닳는다면, 건전지 탓을 하기 전에 모듈부터 의심해보세요.
아쉬운 점
알림이 늘 제때 오지는 않아요. 아내 아이폰에는 거의 즉시 뜨는데 제 갤럭시에는 한참 뒤에 오는 날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절전 설정 쪽을 손봐야 하나 싶어요.
그리고 모듈이 별도라는 점. 이 도어락의 값어치가 사실상 모듈에 걸려 있는데, 그게 기본 구성이 아니라는 건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배터리 부족 경고를 보고, 문에 구멍을 뚫어둔 채 보강판을 기다리던 며칠을 지나고 나서야, 지금은 그냥 손 대면 열리는 문이 됐습니다.
퇴근하고 문 앞에 서서 손가락 한 번 대면, 닫히는 순간 다시 잠기고요.
현관문한테 바랄 게 사실 그거 말고 더 있나 싶기도 합니다.
IT 전공했지만 그 길을 떠난 지 10년, 지금은 현장에서 6년째 일하고 있어요. 개발자는 아니에요. AI한테 밀려나지 않으려고, 남의 땅 말고 내 땅에 서버 하나 직접 굴리면서 배운 걸 기록합니다. 소개 →






